복제 발기부전치료제
발기부전 치료제의 '춘추전국시대'가 열렸다.
평소 의료계 소식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뜬금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지난 17일 블록버스터 급 약물 비아그라의 특허가 끝나면서 카피약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.
비아그라의 특허 만료는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반가울 수 밖에 없다.
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은 가격이 저렴해질 뿐 아니라 오리지널을 이기기 위해 더 저렴한 카피약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.
이름들도 재미있다.
△헤라그라 △유니그라 △누리그라 △해피그라 △네오비아 등 비슷한 이름들도 있지만 △팔팔정 △불티스 등 개성있는 이름들도 적지 않다.
게다가 알약형 한가지 형태였던 비아그라에 비해 카피약들은 필름형, 가루형까지 나온다.
그러나 과연 비아그라를 복용한 환자들은 신세계를 경험했을까?
아쉽지만 그렇지 못하다.
A비뇨기과 원장에 따르면 비아그라 처방 후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'왜 효과가 없느냐'라는 것이다.
이는 먹기만 하면 발기가 될 것 같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잘 발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.
그러나 이는 비아그라의 약효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.
사실 남자의 발기는 음경해면체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류의 유입을 가능하게 하는 cGMP의 분비로 인해 이뤄지는 현상이며 성적 자극이 사라지면 PDE-5 효소가 몸에서 분비돼 cGMP를 분해한다.
비아그라는 여기서 PDE-5의 분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.
따라서 일단 성적 흥분으로 인해 발기가 되지 않으면 비아그라를 먹어도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.
즉 비아그라는 최음제나 정력제가 아니다.
또 다른 문제도 있다. 발기부전의 원인이 육체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.
크게 발기부전의 원인을 살피면 첫 번째는 심리적인 원인으로 나타나는 심인성 발기부전과 발기에 관여하는 신경, 혈관, 호르몬계통의 손상 등 원인이 몸에 있는 기질성 발기부전으로 나눠지는데 비아그라 등의 PDE-5 억제제는 심인성 발기부전에는 효과가 없다.
만일 있다고 해도 심리적 의존을 높여서 오히려 자발적인 회복을 방해하고 증상을 고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.
진학, 취업 등 갈수록 심각한 경쟁 사회에서 젊은 남성이 받는 스트레스가 2~3년 이어지면서 대뇌의 성기능 중추를 교란시켜 성욕과 발기에 이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는데 이 때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.
발기부전 환자에게 단기적으로 효과좋은 일회성 치료제는 매력적이다.
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심리적, 신체적 의존이 유발되기 쉽고 자발적인 회복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롱런(long-run)을 원하는 젊은 연령의 환자라면 원인 치료에 신경을 써야한다.
남성에게 발기는 단순히 성의 수단만은 아니다.
심리적 건강, 혈관, 신경, 대사 활동의 척도이다.
그러므로 발기 회복은 성의 회복만이 아니라 건강의 회복이란 점 잊지 않았으면 한다.